2014년 9월
가장 무서운 계절.. 가을…
#9/1 몇 일 밤을 새고 나니 정신이 없음..
프로포즈 중에서 감동보단 주입식 같아서 조금은 내키지 않았던..
그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 참 걸린다..
비가 엄청 내렸다..
#9/2 그 형의 프로포즈 날/ 비가 많이 왔다.
뭐.. 생각대로 무난하게 끝났고.. 더 이상 얘기 안하련다..
정말 고생 많이 했다…
#9/3 하루 종일 집에서 나가지 않다가 저녁에 로와 잠시 모였다.
가을의 스산한 바람이 무섭다.
마치 한 해 동안 뭘했냐는 듯 다그치는 것 같아서..
추석에 빈 손으로 집에 가서 부모님의 위로를 들으며 스산한 바람을 맞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신경쓰자 신경.. 난 내 일을 해야지..
#9/5 귀향..
결국 가장 두려운 귀향이다.. 아무 것도 이루어진 것 없고.. 짐만 되는..
난.. 언제쯤 행복한 추석을 맞을 수 있을까?
#9/6 모처럼 4명의 어릴 적 친구들의 만남..
시간은 전혀 가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덧 우리의 화제는 정치이고.. 자동차이며.. 육아이고..
그래도 아무리 얘기해도 맘이 편한 친구들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미래가 없어도 충분한 이들이지만.. 이야기하고 돌아오는 길에 우울한 나의 미래가 투영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9/7 밤에서야 깨달아 버린 한가지..
잊어야 할 관계가 있다.
끝내 버려야 할 관계가 있다..
생각만 하면 아프고 힘들고 미칠 것 같은 관계가 아직도 있다.
이제 잊어야하고 끊어야 하고 일말의 희망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
좀 힘들더라도..
#9/10 수원 복귀
한밤의 감옥에 다시 들어와 버렸다. 낯선 계절의 연속..
#9/11-12
한국내에서 포닥 자리 구하는 데도 애를 먹고 있다..
이렇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오히려 약간 어중간한 내 포지션 때문인 것 같다..
#9/13 “의자가 되는 법” 우주 최초 시사회..
고민의 깊이는 결국 내면으로 얼마나 더 들어가게 하는 요인인 걸까..
그녀석의 고민의 깊이는 나보다 더 깊었다..
나는 사실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고 하는 게 맞지 않았을까..
아무튼 녀석이 던진 묵직함에.. 나도 많은 생각을 해야할 듯 싶다..
#9/14-16
묵직함이 주는 충격은 세다. 나의 말은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
좀 재밌고 간단히.. 할 수 있는 연구는 다들 했겠지..
제대로 연구 한 번 해보고 싶다..
#9/18
14년 차이 나는 후배와 영화를 보았고.. 이런 저런 얘기들 모두 좋았다..
뭐.. 그렇다.. 별 다른 일은 없다.
단종된 만원짜리 만년필을 사러 일산까지 갔었는데..
만년필 덕후에게 세시간을 이야기하고 나니 진이 다 빠지더라..
난 덕후는 아닌가 보다..
#9/20 사진 모임..
macintosh plus를 중고 장터에 내놨는데.. 마우스만 팔림..ㅋ
사진 모임에선.. 사진이 없으니 말이 많아진다..
밝은 방 강의를 다시 준비해야 겠다.
#9/21
매킨토시 플러스 사겠다는 사람이 꽤나 카페에서 알려진 사람인데..
반값에 마우스까지 후루룩하시려다 마우스 팔렸다니 거래 종료..ㅋ
아.. 이제 덕후들은 싫어진다.. 뭔.. 잘 모른다 싶으면 후려치기부터 하려고 하니..
결국 인두를 사서 내가 고쳤다.. 쌩쌩하다.. 맥플러스..^^
아.. 그나저나 이제 내일부터 돈걱정해야 할 때가 왔네..
#9/22
아무렇지 않다.. 아무렇지 않다를 반복해야만 했던 하루..
어찌보면 내가 못되었으려나..
서로 간에 만나야 한다는 부담은 해결한 셈이니..
이제 당분간은 볼 일은 없을 것 같네.. 그것으로 다행으로 생각하자..
하지만.. 그 과장된.. 더 친한 척 하려는 모습은 이제 좀 질려..
#9/26
우연히 그녀와 메신저로 대화한 내용을 다시 읽었다…
그녀가 나에게 현실감각이 5% 부족하다고 했던 건 사실일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돌이킬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일테다. 지금의 나에게 가장 힘든 것은 생활 그 자체니까.. 그리고 앞으로 점점 더 힘들어지게 될 테니까..
생활을 잘한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 자신의 일에 치열한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일에 치열한 것이 어떤 느낌일까.. 물론 지금의 난 살아갈 일에 충실하지만 치열하진 않다고 한다.. 내 생각에도 그렇다.. 난 미래가 없다.. 라고 느낀다..
그런데 그렇게 사는 것이.. 그냥 나와 다른 것인지.. 행복한지.. 그 자신이 행복하면 된 것인지.. 그래서.. 뭐 어쩌자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머리가 많이 복잡해진다..
당신은 치열하게 사는데 나는 벗어나서 내가 미안해야 하는지.. 나도 치열해야 하는지.. 아니면 그냥 사는 방식이 다른 것인지.. 모르겠다.. 미안.. 모르겠다..
#9/27 드디어 그 분 결혼식..
사진도 찍어주고.. 힘든 하루였음..
카메라 루시다 강의를 준비하다.. 이 책은 묘하게 무겁다..
읽고 난 후에도 그 무거움으로 몇일 동안이나 마음을 힘들게 만드는 책..
이만큼 내려갈 수 있는 책이 있을까.. 싶다.. 그냥 깊은 구덩이 속에서 벽을 벅벅 긁고 있는 느낌이다..
더구나 그 핵은 출구조차 제시하지 않는.. 그냥 깊음 속으로 밀어붙이는 책이다.
책에 대한 설명을 해줘도.. 그녀석은 받아들이지 않을 듯.. 예상도 빗나가지 않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