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 구조물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늘 남을 부러워했고, 남들이 가진 것, 물건이 아니라 관계, 을 부러워했다. 나는 가만히 두면 가라앉는 돌멩이와 같아서 잠시만 혼자 있으면 아무와도 연결되지 않은 채 가라앉기 일쑤였고.. 그래서 난 더 간절히 그녀를 원했을 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은 모두 현실에서도 단단하고 복잡한 관계들을 가지는 사람들이었고 그것은 곧 정상적으로는 그 나이에 당연히 있을 연애 관계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당연히도 그녀는 자신의 관계에 뛰어드는 돌멩이를 튕겨내야 했고 그 과정에서의 많은 상처는 오롯이 나의 것으로 남았다. 그렇게 나는 점점 괴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더욱 단단한.. 외부와 관계를 가질 수 없는 돌멩이가..

시간이 흐르고 나 역시 다가오는 한두개의 옅은 관계들이 생겼다. 다시 만난 그녀는 자신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계가 끊어진 상태로 나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예전의 상처에 대한 미안함이라던지.. 미래의 관계에 대한 희망이라던지.. 하는.. 그러면서 자연히 나의 관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진다.

그러면서 나는 알게 되었다. 누구나 돌멩이일 뿐.. 누구에게나 관계는 시간이 중요한 변수일 뿐.. 그래서 나는 마음 속에서 다시 밀어내기로 한다. 난 여전히 돌멩이이고 이제 나의 시간에 당신의 구조물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당신의 다정한 무관심을 견딜 만한 여유가 나에겐 없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