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밤이었다. 천장에 스며든 자그마한 빛 마저도 내가 어찌할 수

없었다. 온갖 단어들이 상념처럼 스물스물 주변에서 기어나와도 내가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철컥.. 철컥..

빈 허공에 대고 마구 셔터를 눌렀다.

이 좁은 방을 가득 메우고 기어다니는 저 어지러운 것들로부터 안전하기를,

눈을 떠도 바뀌지 않는, 발 끝이 푹푹 꺼져 땅에 닿지 않는 이 비현실적인 현실에

서 누군가 나를 꺼내주기를,

이 좁은 방이 한없이 쪼그라들어 세상에서 아득히 멀어진 점이 되지 않기를,

아니 그저 살짝 눈을 감았다 뜨면 아침이 되어 있기를,

불규칙한 심장 소리를 느끼며 영원히 올 것 같지 않는 아침을 기다렸다.

까만 밤이었다.




엽서전 "까만 밤에" 참여합니다.

2017.12.10 - 12.22

프루스트의 서재


제가 만든 엽서 많이 가져가세요.^^

지나간 시간의 아쉬움과 후회를 담아,

감사하는 마음으로, 죄송스런 마음으로

그 동안의 작업을 사진집으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부끄러운 기록이라 널리 알리지는 못하지만,

부디 마음을 헤아려 주시고 봐주시길 바랍니다.




입고 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

http://storefarm.naver.com/justorage/products/2204123000

삼국지에 빠지다. 일기 2016. 2. 17. 13:04

1

철없는 20대엔 삼국지를 좋아했었다. 사람의 마음을 읽고 계획을 짜고 일을 뒤집고.. 하는 흥미진진함이 좋았던 것이리라..
30대가 되면서 삼국지를 싫어했다. 사람을 속이고 자신을 감추고 의외의 행동을 하고.. 이런 것으로는 진정으로 사람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랄까..
40대.. 사람을 대할 때 전략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는 것은 알겠지만.. 그리고 모두들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겠지만.. 난 여전히 그렇게 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나도 당연한 듯이 그렇게 대하겠지만.. 적어도 20대처럼 게임보듯 재밌게 세상사를 대하지는 않는다..
이런저런 이유로 정치인이나 유명인들을 삼국지의 인물에 빗대어 하마평을 하는 사람들을 싫어한다. 자신이 수경선생쯤 되는 줄 아는가 보다.

2

그러나 나도 필요에 의해 삼국지를 읽는 나이가 되었다. 황석영 역본의 10권을 전자책으로 사서 보았다. 이문열 삼국지를 읽으면 등장인물 모두 천하를 노린다며 사기꾼, 기회주의자, 천하의 개쌍놈이었는데 황석영 삼국지에서는 천하를 얻기보다 최선을 다해 난세를 살아나가는, 난세가 아닌 세상에 대한 꿈을 꾸고 이루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보인다. 또한 누구를 만나 어떤 꿈을 꾸는 지가 얼마나 중요한 지도..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의해 아무 쓸모 없는 사람이 되는 것도.. 더구나 2세기 중국에선 그런 일이 지금보다 더 흔했겠지..

3

조조의 변심이 보인다. 세를 이루면서 그는 변하여 더이상 주변에 사람을 두지 않고 자신의 고집을 세우기 시작하고 수를 쓰는 건 모두 젊은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이간질이다. 창업과 수성은 이리도 다른 일이란 말인가…

4

제갈량이 너무 비현실적인데다 궤가 많아 이젠 싫어진다. 보통 사람이 제갈량처럼 살려면 철저히 혼자로 살아야 했으리라..

5

조합을 많이 보게 된다. 보스와 휘하..^^;; 이런 용어 자체가 이상하긴 하지만.. 하여간 휘하가 보좌에 능하다면.. 보스가 나서야 하고 휘하가 용맹에 능하다면 보스가 앞으로 내보내고 뒤를 받쳐줘야 한다. 보스는 어떠한 경우든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휘하가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국 사회는 거꾸로이지만.. 그런면에서 유비는 평가 받을 만 하지만.. 사실 휘하는 저 두 성향을 가진 사람이 필요 이상으로 있어야 하는가 보다. 이릉대전에서 유비는 제갈량에게 수성을 맡기고 직접 출병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보좌할 수 있는 제갈량이 한 명 밖에 없었다. 그것이 문제였다.

6

위촉오는 사실 세력이 비슷했다. 이릉대전 전까지는.. 촉은 한중을 위나라로부터 수성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이 균형을 한방에 무너뜨린 것이 이릉대전.. 왠만큼 해야지.. 촉 인구의 몇분의 일을 태워죽이다니.. 더구나 차세대 지도자들이 몰살당한 것이 컸다. 유비가 이 일로 시름시름 앓다가 죽을 만 하다. 순식간에 유비의 삶 뿐 아니라 촉나라 전체가 날아가 버렸으니.. 이 후 촉은 제갈량 하나로 버티다가 망한다. 중간층이 뻥 빈 상태에서 세대교체건 뭐건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셈…

한 때 그들은 나의 30대의 전부일 만큼..
그리고 다시 변할 일이 없을 것만 같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그들의 현실에 내가 없었고 나의 40대에 그들이 없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하루하루 멀어져 간다는 김광석의 노래는 30대가 아니라 40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나는 10대의 친구들을 20대에 만나지 못했고 또한 20대의 친구들을 30대에 잃었다.
그저 관계란 그런 것이다. 이젠 인정할 수 밖에 없지.
단지 다시 만났을 때 그 무시무시한 다정한 무관심을 나는 견딜 수 있을까?

2016년 1-2월 일기 2016. 2. 7. 19:22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무거운 마음의 짐..
해야만 하고 알아야 하는 것들의 천지..
책보다 웹에 집중해야 하는 가벼움..

읽고 있는 책

돈키호테 1권: 아놔.. 빨리 읽어야 할텐데…
감옥에서 온 편지: 신영복 선생님 책을 찬찬히 읽어보려 함.

읽고 싶은 책

강의, 담론, 나무야 나무야: 신영복 선생님 책은 다 읽어봐야겠다. 한국에서 흔하지 않은 학자이므로..
머신 러닝 인 스파크: 실무 책들이 점점 늘어난다.

그 때 우리는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탑을 향해 올라갔다.
곧 밑이 보이지 않을 바닥으로 추락할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그런 것은 상관없었다.
우리는 발이 땅에 닿지 않은 채 한없이 떨어지고 있었고,
힘겹게 서로에게 기대어 그저 시간이 이대로 영원히 멈추기만 바랐다.
이 시간의 끝엔 아무 것도 없기를 바랐다.


시간은 멈추지 않았고 그 시간의 끝은 다른 시간의 시작과 맞물려 스르륵 사라졌다.
언제나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던 그 시간의 경험은 나의 손가락 사이로 스르륵 빠져나갔고
나는 그 시간의 어떤 것도 다시 경험할 수 없었다.
오직 시선의 기록만이 그 시간의 흔적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잘 기록한 흔적도 실제에 비하면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그 시간을 다시 경험하려 할 때마다 빈약한 흔적들 사이에서 미끄러져 빠져나가는 기억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다만 그 흔적들이 겹쳐지는 사이의 빈틈에, 끝내 비밀로 남은 가장 높은 탑에 이르러서야 그 시간을 마주할 수 있었다.


http://fourmodern.org/?portfolio=가장-높은-탑의-노래



12월 그래도 읽은 책들

사피엔스

사월의 미, 칠월의 솔 - 김연수

나의 방랑, 지옥에서 보낸 한 철, 일뤼미나시옹 - 랭보 시선

카프카의 편지: 밀레나에게

눈앞에 없는 사람, 슬픔이 없는 십오초 - 심보선

폭력과 광기의 나날 - 이승하

고양이의 서재


12월 여전히 읽고 있는 책들

돈키호테 완역본 1권

문구의 모험

역학의 철학


긴급히 읽고 정리 중인 책

이공대생이 꼭 알아야 할 수학

파이썬으로 배우는 실전 알고리즘

누워서 읽는 알고리즘

프로그래밍 면접 이렇게 준비한다.


읽고 싶은 책

실험과 사유의 역사 분자생물학

파리 생쥐 그리고 인간

오르부아르


12월은 바쁘고 복잡한 마음에 잠시 글읽기를 쉬었다.

정신없이 책을 읽는다고 좋은 건 아니구나 생각했고..

정리 잘 해야 하는데 마음이 무겁다..




읽은 책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촘스키와 푸코

생명의 논리 유전의 역사

객관성의 칼날


읽고 있는 책

우연과 필연: 자크 모노

실험과 사유의 역사 분자생물학: 미셸 모랑쥬

파리 생쥐 그리고 인간: 프란시스 자콥

역학의 철학: 알렉스 브로드벤트


읽고 싶은 책

들뢰즈 제대로 읽기: 고쿠분 고이치로

들뢰즈가 만든 철학사

정신의학의 권력: 미셸 푸코

How to read 데리다

How to read 니체

현대 프랑스 철학사

 


읽은 책

종의 기원

동물철학

만화로 읽는 21세기 자본

센스 앤 넌센스

How to read 라캉

위대한 박물학자

언던 사이언스


읽는 중인 책

객관성의 칼날

생명의 논리 유전의 역사

촘스키와 푸코

생물학의 철학



읽고 싶은 책


시간은 정신 없이 가벼렸다.
벌써 서울대로 자리를 옮긴 지 4개월이 지났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어리둥절.. 발버둥.. 이제 이런 시간들은 조금씩 지나갔고..
조금씩 공부하며 한 발 한 발 다가가야 하는 시간이 닥쳐왔다..
전공 공부도 걸음마이고.. 얼마 전 시작한 철학 공부도 아직 개념도 잡지 못할 만큼 초보다..
하지만 뭔가가 차는 만큼.. 어딘가에 말하고 적어야 한다.
그래야 풀리는 듯..
그래서 위험하지만 블로그를 다시 사용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