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감정이 상한 관계에서..

예전을 생각하며 그 사람의 거리 안으로 다가가면 벌레가 되고..

그 거리 밖으로 달아나면 무관심과 더불어 병신이 된다.

벌레와 병신의 그 사이에서 아무리 발버둥 쳐 봤자 돌아오는 것은 이별과 상한 감정일 뿐이다.


2.

벌레가 되어 버렸다..

다가가지 않으려 했으나 무심코 던진 그녀의 말에 펄펄 뛰며 다가서 버렸다..

그것도 아주 혐오스런 벌레가 되어 웽웽 날아다녔나 보다...

퍽...

그녀가 휘두르는 팔에 마음 깊이 한대 맞았다..

온 내장이 튀어나가 파편이 튀고 

눈물이 고인 눈으로 그녀를 간절히 쳐다봐도..

그녀는 자신이 놀란 것에 화를 내며 확인하듯  한 번 더 내려친다..

퍽...


3. 

방에 도착해 문을 끌어 닫고 서야 비명을 질러대며 쩔그럭 거리는 소리가 나는 가슴을 열었다.

온통 다시 올 수 없는 시간들과 공간들이 깨어져 피인지 눈물인지 모를 끈적한 것들을 흩뿌린채 여기저기 반짝인다.

당신이 있어서 의미가 있었고

당신이 있어서 기다려 졌던..

나의 모든 비밀스런 시간과 공간은 마음 속에서 처참하게 박살이 났다.

길을 걷는 내내 누가 보는 지도 모르고 울먹이던 울음의 정체가 이제서야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