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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그대가 이 편지를 읽을 즈음에
나는 아마 깊은 잠에 빠져 있을 것입니다.
쓰고 또 쓰다 지우고 또 지우길 반복하는 그 단어에
나의 진심이 지친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대는 아마 이 편지를 읽지 못할 것입니다.
그대가 이 편지를 본다는 것은 나를 잊지 않았다는 뜻이므로
그런 일이 다시는 없을 것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으므로
그대에게 쓰는 편지는 그렇게 사라지겠지요.
그대를 보며 가슴 뛰던 그 시간이
가끔 너무 생생히 떠오를 때가 있었습니다.
허나 지금 나에게 그대는
그저 학교 나무 책상 위 긁혀진 몇 년 지난 낙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그마한 상처들을 입힌 기억에
자책하며 밤을 지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깊은 바다의 표면에 일어나는 가벼운 파도 같이 지나갈 뿐입니다.
어쩌면 그리운 것은 햇살 비치던 말로 표현할 수 없던 그대의 아름다운 뒷모습보다
찌질하게 울며 사과하는 내 모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여 그 잔잔한 물결마저 없어지는 날에 나는 다시 깊은 잠에 들겠지요.
사랑... 합니다...
그대와 함께한 순간 뿐 아니라 그대와 이 땅에서 같이 숨 쉬는 모든 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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