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
감독 뱅크시 (2010 / 영국,미국)
출연 뱅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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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접하고 열렬한 뱅크시의 추종자가 된 어떤 분의 추천과.. 또 우연히 얻게 된 많은 정보들에 이끌려 상상마당에서 영화를 보았다. 그리고.. 예전에 인터넷이었는지 어느 잡지였는지 모르겠지만 그래피터들을 소개하는 글을 읽었었고 그것이 뱅크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얼굴을 숨기고 대단한 작업을 하는 그래피터가 있으며 오직 한사람만 그와 인터뷰를 해서 영화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던 기억이 났다. 아마 외국의 케이블 채널에서 한 다큐였는지도.. 영화에 대한 일반적인 줄거리나 평론은 나보다 훨씬 잘쓰는 사람들 많으니.. 그저 내 관점에서 영화를 보며 머리에 남았던 것을 적어두고자 한다.


1. 다큐멘터리..기록과 표현의 차이..

일단 영화에 나오는 티에리는 무조건 영상이라는 매체로 기록하는 것을 반복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처음부터 다큐라는 형식으로 기록하겠다는 의지 보다는 무조건 기록하는 행위 자체가 좋았고 자신의 전부였던 사람이었다. 즉 그에게 있어서 "기록을 했다."는 그 자체가 그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고 그가 기록한 사람들은 더 적극적인 형태로 표현하는 사람들이었고 그것도 아주 급진적이고 진정성 가득한 초기의 그라피터들이었다. 그가 기록을 하며 표현하는 행위를 동경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자신의 기록, 즉 퍼포먼스의 기록 또한 적절한 형식을 찾으면 강력한 표현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그가 그 "표현 행위" 만을 쫒아가며 만난 사람은 바로 뱅크시였다. 뱅크시를 기록하며 그저 좋았던 그는 점점 예술의.. 아니 "표현 행위의 모방자"가 되기 시작한다. 즉 스스로가 뱅크시의 복제자로 활동하고 싶어하지만 오리지널리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고 할까.. 스스로 "기록"에 대한 열망보다 "표현 행위"에 대한 열망이 더 커졌을 때 이 모든 해프닝은 시작된다.

한가지 조금 안타까운 일은 "기록"을 하다가 "표현"으로 눈을 돌리는 케이스는 무수히 많다. 대부분은 자신이 가진 것을 그대로 활용한다. 즉 사진기자가 사진작가가 되는 케이스나 다큐멘터리 작가들이 대거 순수미술 쪽 작품들을 발표하려는 경향이 그런 케이스일 것이다. 하지만 티에리는 자신이 표현하고 있는지 또한 자신이 가진 것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지 않고 자신이 기록한 표현자들의 표현 행위를 복제하는 길을 선택했다. 더구나 나중에는 그 "표현행위" 조차 하청을 맡기는 관리자가 된다. 결국엔 표현 행위에 대한 관심마저 잃어 버린 채 결과만 나열하는 방관자가 되어 버린다.

나는 사진이라는 특이한 장르를 통해 예술이라는 부분을 아주 조금 이해한 케이스이다. 잘 모르지만 사진이나 다큐멘터리 영상은 기록과 동시에 표현이 중첩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물론 뱅크시에게 등떠밀려 다큐를 만들려고 했고, 뱅크시 역시 표현으로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영역이 자본화되고 상업화 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표현으로서가 아니라 기록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려 했지만,  뱅크시나 티에리가 다큐멘터리라는 장르가 가지는 이러한 특성을 알고 다큐멘터리의 표현 방식으로 표현하려 시도했다면 조금 더 좋은 작업들을 만나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은 좀 있다.


2. 형식은 중요한 것인가? 형식의 진정성에 관해..

티에리는 자신의 전시를 위해 지금껏 보아왔던 작가들의 형식을 모두 차용하여 자신의 전시를 "그라피터 형식의 백화점"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것도 그 작업들은 솜씨 있는 사람들을 고용하여 만든다. 당연히 사람들은 흥분하고 전시는 대 성공을 거둘 수 밖에 없다. 생각해 보라.. 파리나 런던의 골목에나 가서.. 그것도 정말 운 좋게 아직 지워지지 않았을 때민 볼 수 있는 거리의 작업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LA의 한 창고에서 그것도 합법적으로 눈 앞에 펼쳐진다. 새로운 형식에 열광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의 전시는 그런 면에서 이미 흥행할 요건을 충분히 갖추었다. 더구나 그의 홍보능력도 좋았으니 더할 나위가 없다.

뱅크시의 한마디.. "누구나 시간을 들여 자신의 형식을 찾아나가는데 그는 그럴만한 시간이 없었다.." 라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하지만 뱅크시의 말을 정말 깊게 공감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그가 말한 "자기만의 형식"은 그저 "자기 만의 특이한 형식"이 아닌 "자기 만의 진정성이 담겨진 형식"이며  이것이 또한 예술의 중요한 속성이기 때문이다. 이 자기만의 형식이 나오기 이전까지는 예술가 혹은 창조자가 아니라 그저 "모방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기에 걸린다. 사진 좀 찍는다고 게시판 도배하다가 전시장 빌려 전시하는 아마추어 작가나 정규교육 막 마치고 어설프게 누가 만들어 준 작업으로 전시하고 그 뒤로 망가져 버리는 작가들이나 심지어 잘나가던 중견 작가들도 자신만의 독특한 형식을 찾는다며 진정성 없는 어설픈 작업을 하다 망가지기도 한다. 그러고 나면 그 이전의 작업들까지도 진정성에 의심을 받게 되기도 한다.

형식을 차용하는 것도, 새로운 형식을 개척하는 것도 어찌보면 생각보다 쉬운 일이다. 하지만 뱅크시가 말한 "자기만의 형식"을 만든다는 것.. 자신의 진정성이 담겨진 형식을 찾고 다듬는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꼭 해야하는 일이고 정말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뱅크시는 그 부분을 제목부터 지적한다.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가 있다. 이건 티에리에게 하는 충고이자 관객에게.. 또한 전시를 보는 관객과 다른 예술가들에게 하는 뱅크시의 진심어린 충고가 아닐까...


3. 왜 티에리인가?

작은 주제 한가지.. 그렇다면 왜 이 영화는 뱅크시가 아닌 티에리가 주인공처럼 되어 버린건가? 그건 아마 다큐의 목적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중간에서 거리 예술이 갤러리들에게서 받아들여지고 상업화되며 자본이 유입되자 뱅크시는 티에리에게 그간의 영상으로 자신들의 진정성을 보여줄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티에리는 그 영상을 형식도 없이 표현한다며 어설프게 써 버리고 뱅크시는 그 영상을 확보하기 위해 티에리에게 작업을 권하고 자신이 직접 다큐를 만든다. 사실 뱅크시가 감독인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영화 자체로 완성도는 있지만 "정말 잘"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다. 충분히 더 잘 만들 여지는 있었다. 이 영화에서 뱅크시는 처음에는 그 영상으로 거리 예술의 진정성을 알리려다 오히려 반대로 티에리의 예를 들며 자신들의 진정성을 역설한다. 티에리가 자신들과 다른가? 하는 질문을 그는 하지 않는다. 그저 어느 정도의 거리만 둘 뿐이다. 일반인이 보기에 혹은 갤러리에서 보기에는 그저 잘 나가는 두 그라피터들의 디스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뱅크시는 티에리를 통해 거리 예술의 진정성을 알리고 싶어하지만.. 사실 그 방법이 적절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영화의 결말에서 티에리는 자신이 토끼처럼 나대다 끝나게 될지 거북이가 될 지는 삶을 다 살아봐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뱅크시는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첫 단추를 잘못 꿴 이상 힘들 것 같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어느 쪽이 사실이 될 지는 나도 모르겠고.. 솔직히 관심도 크게 없다. 난 오히려 그 작가가 제기한 예술에 대한 몇가지 질문에 대해 더 관심이 있다.  그리고 그가 제기한 문제는 아마 긴 시간 동안 나를, 그리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많은 사람들을 괴롭힐 것이다. 참 여러모로 이 영화는 골때리는 영화인 것 같다.

물 속의 칼 관심/영화 2011. 6. 21. 16:38
물속의 칼
감독 로만 폴란스키 (1962 / 폴란드)
출연 레온 님칙,욜란타 움멕카,지그문트 말라노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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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스키 감독의 영화 치고는 그리 거칠지 않았던 영화..
안드레이와 크리스티나, 그리고 소년의 관계에 관한 얘기다..
어찌 보면 남자들이 관계에 있어 상당히 불리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물 위에서는 선장이었던 안드레이는 물론 모든 면에서 어른처럼 보이며 소년을 압도하지만.. 실제 물 밖의 삶은 그리 익숙하지 못하다.
또한 도보 여행의 달인이었던 소년은 물 위에선 아이에 불과했다.
소년의 칼을 물 속에 빠트리고 소년을 빠트리던 그 순간 안드레이는 아이가 되고 소년은 어른이 되던 또 그 한 번의 반전..
관계에 대해.. 그리고 사람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영화였다. 
마지막 황제 관심/문화 2010. 3. 10. 01:32
어제 우연히 저녁먹으러 집에 왔다 넋나간 듯이 봤다..
중국의 마지막 황제의 일대기..
회상하듯 펼쳐지는 그의 이야기와..
그의 속마음..
그것이 느껴져서.. 참 공감이 되더라..
그거 나온지가 얼마나 되었고..
티비서도 몇번을 봤었는데..
이것도 이제서야 공감이 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