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로보 관심/책, 글 2011. 3. 28. 01:46
사진가로 살아갈 수 있을 지 어떨지는 사진 위에 찍히는 자기 자신을 얼마나 제대로 볼 수 있는 가에 달려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심포 유이치 "스트로보" 중에서
스트로보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지은이 심포 유이치 (민서각,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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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꿈과 현실을 살아가며 느껴지는 다양한 충돌.. 사진이 매개체라서 더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각 장이 "아내"와 연결되어 있다고 했는데 나에게 크게 다가온 것은 각 장에 공통으로 실려있는 "지인의 죽음" 이었다. 사실 나를 뒤흔들 정도의 충격으로 다가온 지인의 죽음은 없었다. 크게 생각지 않았던 지인의 죽음이란 소재에 나도 언젠가는 겪어야 하는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거웠다. 심지어 꿈에 지인의 죽음을 받아들이고는 너무 힘들어서 일어나서 펑펑 울기도 했다.. 지금은 아니라고.. 지금은 아니라고.. 주변 사람들이 너무 소중해 졌다. 일단 여기까지..
설국 관심/책, 글 2011. 1. 20. 02:30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国境の長いトンネルを抜けると雪国であった。夜の底が白くなった。信号所に汽車が止まった。)...

그녀는 이 구절의 번역이 잘못 되었다며 원어의 뜻을 살릴 수 없다고 투덜대었었다. 난 일본어는 모르기에 그저 가만히 있었지만.. 오늘 저녁 시간에 갑자기 지하철을 타고 나가 사 온 설국을 밤 새워 읽으며 나름 일리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고양이 감정의 쓸모

                                             _이병률


        1


조금만 천천히 늙어가자 하였잖아요 그러기 위해 발걸음도 늦추자 하였어요 허나 모든 것은 뜻대로 되질 않아 등뼈에는 흰 꽃을 피워야 하고 지고 마는 그 흰 꽃을 지켜보아야 하는 무렵도 와요 다음번엔 태어나도 먼지를 좀 덜 일으키자 해요 모든 것을 넓히지 못한다 하더라도 말이에요


한번 스친 손끝

당신은 가지를 입에 물고 나는 새
햇빛의 경계를 허물더라도
나는 제자리에서만 당신 위를 가로질러 날아가는 하나의 무의미예요


나는 새를 보며 놓치지 않으려 몸 달아하고 새가 어디까지 가는지 그토록 마음이 쓰여요 새는 며칠째 무의미를 가로질러 도착한 곳에 가지를 날라놓고 가지는 보란듯 쌓여 무의미의 마을을 이루어요 내 바깥의 주인이 돼버린 당신이 다음 생에도 다시 새[鳥]로 태어난다는 언질을 받았거든 의미는 가까이 말아요 무의미를 밀봉한 주머니를 물어다 종소리를 만들어요 내가 듣지 못하게 아무 소리도 없는 종소리를


       2


한 서점 직원이 한 시인을 사랑하였다

그에게 밥을 지어 곯은 배를 채워주고 그의 옆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 살아지겠다 싶었다

바닷가 마을 그의 집을 찾아가 잠긴 문을 꿈처럼 가만히 두드리기도 하였다

한번도 본 적 없는 이를 문장으로 문장으로 스치다가도 눈물이 나 그가 아니면 안되겠다 하였다

사랑하였다

무의미였다

金은 블라인드를 내린다, 무엇인가 
생각해야 한다, 나는 침묵이 두렵다 
침묵은 그러나 얼마간 믿음직한 수표인가 
내 나이를 지나간 사람들이 내게 그걸 가르쳤다. 
김은 주저앉는다, 어쩔 수 없이 이곳에 
한번 꽂히면 어떤 건물도 도시를 빠져나가지 못했다. 
김은 중얼거린다, 이곳에는 죽음도 살지 못한다. 
나는 오래 전부터 그것과 섞였다, 습관은 아교처럼 안전하다. 
김은 비스듬히 몸을 기울여본다, 쏟아질 그 무엇이 남아있다는 듯이 
그러나 물을 끝없이 갈아주어도 저 꽃은 죽고 말 것이다, 빵 껍데기처럼 
김은 상체를 구부린다, 빵 부스러기처럼 
내겐 얼마나 사건이 많았던가, 콘크리트처럼 나는 잘 참아왔다. 
그러나 경험 따위는 자랑하지 말게 그가 텅텅 울린다, 여보게 
놀라지 말게, 아까부터 줄곧 자네 뒤쪽에 앉아 있었네 
김은 약간 몸을 부스럭거린다, 이봐, 우린 언제나 
서류뭉치처럼 속에 나란히 붙어 있네, 김은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아주 얌전히 명함이나 타이프 용지처럼 
햇빛 한 장이 들어온다, 김은 블라인드 쪽으로 다가간다. 
그러나 가볍게 건드려도 모두 무너진다, 더 이상 무너지지 않으려면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네 
김은 그를 바라본다, 그는 김 쪽을 향해 가볍게 손가락을 
튕긴다, 무너질 것이 남아 있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가 
즐거운가, 과장을 즐긴다는 것은 얼마나 지루한가 
김은 중얼거린다, 누군가 나를 망가뜨렸으면 좋겠네, 그는 중얼거린다. 
나는 어디론가 나가게 될 것이다, 이 도시 어디서든 
나는 당황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당황할 것이다. 
그가 김을 바라본다, 김이 그를 바라본다. 
한 번 꽃히면 김도, 어떤 생각도, 그도 이 도시를 빠져나가지 못한다. 
김은, 그는 천천히 눈을 감는다, 나는 블라인드를 튼튼히 내렸었다. 
또다시 어리석은 시간이 온다, 김은 갑자기 눈을 뜬다, 갑자기 그가 울음을 터뜨린다, 갑자기 
모든 것이 엉망이다, 예정된 모든 무너짐은 얼마나 질서정연한가 
김은 얼굴이 이그러진다
호밀밭의파수꾼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영미소설문학선
지은이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민음사,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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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나이에 따라 다르구나..
10대와는 다른 감성으로 이 책을 다시 읽고 있다..
그런데.. 이놈.. 어디선가 좀 익숙하다..
상실의 시대에 나오는 와타나베랑.. 어딘지 비슷하게 느껴지는 놈이다..
만약 두 녀석이 만났다면.. 성격은 엄청 달라도 서로를 친구로 느끼지 않았을까?

그러고 보면.. 내 인생의 20대는 엉망진창에 불만만 가득찬 괴팍하고 불안정한 소년이었고
30대의 난.. 아직도 방황을 멈추지 못했군..
1Q84 관심/책, 글 2010. 6. 20. 18:20

1Q84.1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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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뎌 손대고야 말았다..
아.. 공부는 언제 할래?
헤르타 뮐러 관심/책, 글 2010. 6. 20. 18:19
저지대
카테고리 소설 > 독일소설
지은이 헤르타 뮐러 (문학동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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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요즘 내 감성이 마른 건지..
얘는 왜 이렇게 오버하고 난리야? 하는 생각만..
불안한 감정은 알겠는데..
역시 소녀감성은 나와는 맞지 않는 얘기인가 보다..
랭보는.. 이자식은..
심연의 밑바닥에 내려가..
사람들의 바닥에 있는 감정.. 생각들을 하나하나 비웃기 시작한다..
랭보가 비웃는 그 군상에.. 내가 포함되어 있어서..
비웃음을 즐기지는 못하겠더라..
마치 다 가라앉은 흙탕물의 바닥을 벅벅 긁어 놓구서는..
봐 너 원래 맑은 녀석이 아니야.. 라고 하는 것 같다..
근데.. 랭보는 자신의 비웃음을 견딜 수 있었을까?
아닐껄?
어떤이는 제 정열로 너를 비추고
또 어떤이는 네 속에 제 슬픔의 눈물을 놓는다. 자연이여..
어떤 이에게 <묘지여>라고 말함은
다른 이에게는 <생명과 광채여>라고 말하는 것

나를 보살피고
언제나 겁나게 하는 미지의 헤르메스여
너는 나를 연금술사 중에서 가장 슬픈
미다스와 같이 만드는구나

너에 의해 나는 금을 쇠로
천국은 지옥으로 변케한다
흰구름의 수의 속에서

사랑하는 이의 주검을 찾아
천국의 기슭 저편에서
대석관을 세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