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가 되는 법 관심/영화 2014. 9. 14.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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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결국 감독을 닮는지.. 감독처럼 친절하지 않고 두서 없지만.. 솔직하고 할 말은 다하고 다정다감하다. 결국 사적 다큐라.. 자신의 문제에 고민하고 어느 정도는 해답을 찾아낸 것 같다.. 가끔 두서 없고 어수선한 이미지의 사용이 거슬릴 때도 있지만 편집할 때 그 이미지 하나 하나 감정 이입 해가며 힘들어 하며 버리지 못하는 모습이 눈에 선해서.. 이해하는 것으로..
그리고 여담이지만 촬영 감독님 때문인지 전반적으로 프레임이 너무 편해졌다..^^
특히 첫 작업실 촬영 같은 경우는 확 느껴지는 고급스런 프레임에 감동..^^

영화의 내용은 내가 봐왔던 감독의 작업 중에 자신의 이야기를 가장 심도 깊고 무겁게.. 고민한 흔적이 너무 많아서.. 공감하고.. 또 하고 싶은 얘기들이 많아질 수 밖에 없었다. 의자는 어찌보면 가장 그 목적성이 분명한 오브제이다. 용도와 그 앉는 사람에 대한 정보까지 모두 가지고 있는 오브제이다. 하지만 그는 영어 제목에서 How to make a chair가 아니라 become이란 단어를 쓴다.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되는 것.. 그는 의자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여기서부터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그 내용이 얼마나 감독에게 절실하게 하고 싶은 말이었는지.. 얼마나 깊이 고민하고 아파하던 문제였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문제의 종착지인 엔딩 장면을 보며 나는 왈칵 쏟아져 나오는 무언가를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모든 장면은 엔딩 장면에 와서야 연결이 되었고..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엔딩 장면을 보면서 인트로와 수없이 반복되던 장면이 실은 그 자신의 현재 상태였음을.. 객관적으로는 짧은 순간이지만 그 자신에게는 정지한 시간처럼 느껴지는 그 찰나의 순간이었음을 생각하자.. 코끝이 찡해왔다...
그 시간은 나 역시 고민했었던 문제였고.. 나역시 작업으로 담을 수 밖에 없었던 문제였다.. 나는 그 순간의 나의 세계를 기록하는 방식으로 작업했지만 그는 자신의 삶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그 자신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결국 삶의 태도는 사람마다 다르기에.. 그는 철저히 사적인 해답을 제시하면서 그 해답을 깊이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인상 깊은 장면은 너무 많지만.. 이제 더쓰면 스포이므로..
그리 재미 없을 지도 모르고.. 그리 친절한 다큐는 아니지만.. 치열한 삶을 원하는 사람들.. 혹은 목적 지향적 사람들.. 꿈이 깨진 자들.. 뭐 이런 분들은 "의자가 되는 법"이라는 다큐를 보는 것을 권한다.
엔딩 장면을 보며 충격에 빠져 울컥하던 나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올해 이 영화를 본다는 것은 상당한 정보와 잉여력을 요구하는 일이겠지만..
팁을 주자면 이번 DMZ 다큐멘터리 영화제에 상영한다고 한다.

DMZ 다큐멘터리 영화제
1회) 9/19(금) 20:00 / 메가박스 킨텍스 5관 * 관객과의 대화
2회) 9/22(월) 13:00 / 메가박스 킨텍스 4관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
감독 뱅크시 (2010 / 영국,미국)
출연 뱅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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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접하고 열렬한 뱅크시의 추종자가 된 어떤 분의 추천과.. 또 우연히 얻게 된 많은 정보들에 이끌려 상상마당에서 영화를 보았다. 그리고.. 예전에 인터넷이었는지 어느 잡지였는지 모르겠지만 그래피터들을 소개하는 글을 읽었었고 그것이 뱅크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얼굴을 숨기고 대단한 작업을 하는 그래피터가 있으며 오직 한사람만 그와 인터뷰를 해서 영화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던 기억이 났다. 아마 외국의 케이블 채널에서 한 다큐였는지도.. 영화에 대한 일반적인 줄거리나 평론은 나보다 훨씬 잘쓰는 사람들 많으니.. 그저 내 관점에서 영화를 보며 머리에 남았던 것을 적어두고자 한다.


1. 다큐멘터리..기록과 표현의 차이..

일단 영화에 나오는 티에리는 무조건 영상이라는 매체로 기록하는 것을 반복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처음부터 다큐라는 형식으로 기록하겠다는 의지 보다는 무조건 기록하는 행위 자체가 좋았고 자신의 전부였던 사람이었다. 즉 그에게 있어서 "기록을 했다."는 그 자체가 그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고 그가 기록한 사람들은 더 적극적인 형태로 표현하는 사람들이었고 그것도 아주 급진적이고 진정성 가득한 초기의 그라피터들이었다. 그가 기록을 하며 표현하는 행위를 동경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자신의 기록, 즉 퍼포먼스의 기록 또한 적절한 형식을 찾으면 강력한 표현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그가 그 "표현 행위" 만을 쫒아가며 만난 사람은 바로 뱅크시였다. 뱅크시를 기록하며 그저 좋았던 그는 점점 예술의.. 아니 "표현 행위의 모방자"가 되기 시작한다. 즉 스스로가 뱅크시의 복제자로 활동하고 싶어하지만 오리지널리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고 할까.. 스스로 "기록"에 대한 열망보다 "표현 행위"에 대한 열망이 더 커졌을 때 이 모든 해프닝은 시작된다.

한가지 조금 안타까운 일은 "기록"을 하다가 "표현"으로 눈을 돌리는 케이스는 무수히 많다. 대부분은 자신이 가진 것을 그대로 활용한다. 즉 사진기자가 사진작가가 되는 케이스나 다큐멘터리 작가들이 대거 순수미술 쪽 작품들을 발표하려는 경향이 그런 케이스일 것이다. 하지만 티에리는 자신이 표현하고 있는지 또한 자신이 가진 것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지 않고 자신이 기록한 표현자들의 표현 행위를 복제하는 길을 선택했다. 더구나 나중에는 그 "표현행위" 조차 하청을 맡기는 관리자가 된다. 결국엔 표현 행위에 대한 관심마저 잃어 버린 채 결과만 나열하는 방관자가 되어 버린다.

나는 사진이라는 특이한 장르를 통해 예술이라는 부분을 아주 조금 이해한 케이스이다. 잘 모르지만 사진이나 다큐멘터리 영상은 기록과 동시에 표현이 중첩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물론 뱅크시에게 등떠밀려 다큐를 만들려고 했고, 뱅크시 역시 표현으로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영역이 자본화되고 상업화 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표현으로서가 아니라 기록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려 했지만,  뱅크시나 티에리가 다큐멘터리라는 장르가 가지는 이러한 특성을 알고 다큐멘터리의 표현 방식으로 표현하려 시도했다면 조금 더 좋은 작업들을 만나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은 좀 있다.


2. 형식은 중요한 것인가? 형식의 진정성에 관해..

티에리는 자신의 전시를 위해 지금껏 보아왔던 작가들의 형식을 모두 차용하여 자신의 전시를 "그라피터 형식의 백화점"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것도 그 작업들은 솜씨 있는 사람들을 고용하여 만든다. 당연히 사람들은 흥분하고 전시는 대 성공을 거둘 수 밖에 없다. 생각해 보라.. 파리나 런던의 골목에나 가서.. 그것도 정말 운 좋게 아직 지워지지 않았을 때민 볼 수 있는 거리의 작업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LA의 한 창고에서 그것도 합법적으로 눈 앞에 펼쳐진다. 새로운 형식에 열광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의 전시는 그런 면에서 이미 흥행할 요건을 충분히 갖추었다. 더구나 그의 홍보능력도 좋았으니 더할 나위가 없다.

뱅크시의 한마디.. "누구나 시간을 들여 자신의 형식을 찾아나가는데 그는 그럴만한 시간이 없었다.." 라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하지만 뱅크시의 말을 정말 깊게 공감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그가 말한 "자기만의 형식"은 그저 "자기 만의 특이한 형식"이 아닌 "자기 만의 진정성이 담겨진 형식"이며  이것이 또한 예술의 중요한 속성이기 때문이다. 이 자기만의 형식이 나오기 이전까지는 예술가 혹은 창조자가 아니라 그저 "모방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기에 걸린다. 사진 좀 찍는다고 게시판 도배하다가 전시장 빌려 전시하는 아마추어 작가나 정규교육 막 마치고 어설프게 누가 만들어 준 작업으로 전시하고 그 뒤로 망가져 버리는 작가들이나 심지어 잘나가던 중견 작가들도 자신만의 독특한 형식을 찾는다며 진정성 없는 어설픈 작업을 하다 망가지기도 한다. 그러고 나면 그 이전의 작업들까지도 진정성에 의심을 받게 되기도 한다.

형식을 차용하는 것도, 새로운 형식을 개척하는 것도 어찌보면 생각보다 쉬운 일이다. 하지만 뱅크시가 말한 "자기만의 형식"을 만든다는 것.. 자신의 진정성이 담겨진 형식을 찾고 다듬는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꼭 해야하는 일이고 정말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뱅크시는 그 부분을 제목부터 지적한다.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가 있다. 이건 티에리에게 하는 충고이자 관객에게.. 또한 전시를 보는 관객과 다른 예술가들에게 하는 뱅크시의 진심어린 충고가 아닐까...


3. 왜 티에리인가?

작은 주제 한가지.. 그렇다면 왜 이 영화는 뱅크시가 아닌 티에리가 주인공처럼 되어 버린건가? 그건 아마 다큐의 목적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중간에서 거리 예술이 갤러리들에게서 받아들여지고 상업화되며 자본이 유입되자 뱅크시는 티에리에게 그간의 영상으로 자신들의 진정성을 보여줄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티에리는 그 영상을 형식도 없이 표현한다며 어설프게 써 버리고 뱅크시는 그 영상을 확보하기 위해 티에리에게 작업을 권하고 자신이 직접 다큐를 만든다. 사실 뱅크시가 감독인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영화 자체로 완성도는 있지만 "정말 잘"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다. 충분히 더 잘 만들 여지는 있었다. 이 영화에서 뱅크시는 처음에는 그 영상으로 거리 예술의 진정성을 알리려다 오히려 반대로 티에리의 예를 들며 자신들의 진정성을 역설한다. 티에리가 자신들과 다른가? 하는 질문을 그는 하지 않는다. 그저 어느 정도의 거리만 둘 뿐이다. 일반인이 보기에 혹은 갤러리에서 보기에는 그저 잘 나가는 두 그라피터들의 디스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뱅크시는 티에리를 통해 거리 예술의 진정성을 알리고 싶어하지만.. 사실 그 방법이 적절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영화의 결말에서 티에리는 자신이 토끼처럼 나대다 끝나게 될지 거북이가 될 지는 삶을 다 살아봐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뱅크시는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첫 단추를 잘못 꿴 이상 힘들 것 같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어느 쪽이 사실이 될 지는 나도 모르겠고.. 솔직히 관심도 크게 없다. 난 오히려 그 작가가 제기한 예술에 대한 몇가지 질문에 대해 더 관심이 있다.  그리고 그가 제기한 문제는 아마 긴 시간 동안 나를, 그리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많은 사람들을 괴롭힐 것이다. 참 여러모로 이 영화는 골때리는 영화인 것 같다.

물 속의 칼 관심/영화 2011. 6. 21. 16:38
물속의 칼
감독 로만 폴란스키 (1962 / 폴란드)
출연 레온 님칙,욜란타 움멕카,지그문트 말라노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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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스키 감독의 영화 치고는 그리 거칠지 않았던 영화..
안드레이와 크리스티나, 그리고 소년의 관계에 관한 얘기다..
어찌 보면 남자들이 관계에 있어 상당히 불리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물 위에서는 선장이었던 안드레이는 물론 모든 면에서 어른처럼 보이며 소년을 압도하지만.. 실제 물 밖의 삶은 그리 익숙하지 못하다.
또한 도보 여행의 달인이었던 소년은 물 위에선 아이에 불과했다.
소년의 칼을 물 속에 빠트리고 소년을 빠트리던 그 순간 안드레이는 아이가 되고 소년은 어른이 되던 또 그 한 번의 반전..
관계에 대해.. 그리고 사람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영화였다. 
Inside Job 관심/영화 2011. 6. 14. 16:21
인사이드 잡
감독 찰스 퍼거슨 (2010 / 미국)
출연 맷 데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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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 브라더스, AIG의 파산, 그리고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뭔지 알고 싶은 사람은 이 영화를 추천한다. 이 영화는 경제 지표 상으로 교묘히 가려진 미국의 버블 시기와 결국은 그 버블의 붕괴로 상징되는 2008년 사건들이 과연 누구의 책임인지 추궁하고 있다.
산업화 이후 미국의 성장 동력은 IT와 금융이 되고, 이 금융권은 결국 정치마저 장악하면서 대공황이 묶어두었던 아마겟돈을 규제를 풀면서 하나씩 열기 시작한다.
우리나라의 현상황과 너무 겹쳐서 소름끼치며 봤다.
또한 가진 자가 더 가지려 노력하는 것은 당연히 애덤 스미스의 이론에 따라 미덕이긴 한데.. 과연 보이지 않는 손이 존재하기는 하는지 궁금해졌다.
어찌보면 자본이라는 것.. 그 특성을 가장 잘 이해한 것은 마르크스 아닐까? 결국 보이지 않는 손은 보이지 않았고, 시장 자체가 붕괴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모두들 자기 눈에 옳은 대로 행했고.. 아무도 책임은 지지 않았을 뿐더러
지금까지도 사태를 해결할 적임자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
시스템이라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일까?
아니 사람의 탐욕이라는 것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볼만한 영화 없을까 싶어 없는 시간 쪼개서 예고편을 훝어보다 낯익은 얼굴에 깜짝 놀랐다.
어릴 적 나에게 "쌤~ 쌤~" 하며 따라다니던 까칠한 친구(? ㅋㅋ)가 자신의 영화를 만든 것이다.
너무 놀라서 연락을 하고 여성 영화제에서 상영한다고 해서 신촌으로 찾아갔다. 가기 전에 미리 검색해 보고는 영화 제목과 줄거리를 보니 대략 경상도와 기독교로 대표되는  보수층 아버지의 이야기일 것이라 짐작해 버렸다. 더구나 그 아버지는 내가 잘 아는 분이기도 하고..^^

신촌 아트레온의 상영관은 객석이 꽉 차고 뒤에 서서 보는 사람까지 있었다.
일요일 인터넷 예매할 때에만 해도 이미 객석이 많이 차 있었으니 무리는 아니었다.
상영관에 들어가기 직전에 잠시 얘기했을 때 자신의 가족이 나와서 민망하다며 수줍게 웃는 모습은 또한 영락없는 예전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카리스마 있는, 더구나 가족 간의 정치 이야기를 다룬 여류 다큐 감독의 모습과는 다분히 거리가 있었다.
 
영화가 시작되었다. 그렇고 그런 정치적 다큐멘터리일 것이라는 생각은 초반이 지나자 사라져 버렸다.
정치적인 얘기로 분명 출발은 했으나 그녀가 담은 것은 점차 아버지와 아버지를 보는 자신의 시선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아버지와 자신의 관계에 대한 "사적 다큐"였던 것이다. 자신이 아버지를 보는 시선은 아버지와의 대화로 인해 점점 더 깊어지고 있었으며 아버지 역시 딸에 대한 사랑이 이해와 격려의 시선으로 점점 바뀌는 것이 보인다. 아버지의 "가난"과 자신의 "가난"의 무게가 다른 것을 받아들이고는 섣부른 말로 설득하려는 노력을 그친 딸과 그 딸에게 "부를 공평하게 누리며 다 같이 행복한 사회가 꼭 올 것"이라며 자신의 마음 속 깊이 숨겨진 바램을 조용히 얘기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갈등과 관계, 그리고 가족에 대한 그녀의 시선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왜 그 작업을 해야만 했는지.. 사랑하는 가족과 정치적 견해가 달라서 생기는 얼핏 보면 작을 수 있는 갈등에 얼마나 마음이 쓰였는지 영화에 충분히 기록되어 있었다. 기록한 그녀의 진정성이 마음 한 쪽으로 전해졌다.

한편으로는 마음이 참 부끄러웠다. 나 역시 같은 갈등을 겪고 있었으나 내 경우 아버지의 얘기는 그 자리서 반박해 버리고 아버지의 얘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고 이해하려 하지 않았는데 그녀는 나보다 한 발 더 깊이 들어가서 가족의 이야기, 그 진심을 잘 담아버린 것이다. 아버지의 가난에 대한 이야기나 딸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실 때 마다 그 마음이 그대로 느껴져 뭉클하게 되었다. 더구나 중간 중간 나오는 그녀의 시선이 담긴 화면은 그녀의 마음을 잘 담아내고 있었다. 말 그대로 그녀만 찍을 수 있는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였다.

마치고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 이어졌다. 남자들.. 그것도 20대 남자들의 질문이 많았는데.. 정말 가관이었다. 아마 여성학 레포트 중 하나였거나 제목만 보고 씩씩대며 몰려온 뉴라이트 같았다. 첫 질문부터 이게 왜 여성 영화냐고 묻는데.. 이렇게 사적이고 여성적인 영화가 여성 영화가 아니면 뭐가 여성 영화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여성학 레포트 내고 A+ 받더라도 넌 평생 여성에 대해 모를꺼야..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진보신당이 서민을 위하냐는 질문과 한나라당이 서민을 위하는데 진보신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면 어쩔거냐는 질문도 있었다. 어처구니 없는 질문에 말문이 막히더라. 제목만 보고 한나라당에서 알바 파견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더라.. 알바를 보내더라도 담부터는 똑똑한 녀석들 좀 골라서 보냈으면 좋겠다.. 아이큐 되고 이큐 조금 되는 놈들로..ㅋ

질문을 하나 했다. 내가 보기엔 이 영화는 아버지와 딸에 대한 사적 다큐로 봐야할 것 같은데.. 이러한 갈등이 생길 때 당신 나름의 평형점을 찾았냐고.. 달라진 점은 없냐고.. 그녀는 달라진 것은 없고 조금 더 이해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말이다.

극장을 빠져 나와 저녁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했다. 궁금했던 근황이며 살며 느끼는 이야기들이 조금 오간 뒤,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좋은 영화, 좋은 사람을 만나 기분 좋은 밤이었다.

혜화, 동 관심/영화 2011. 2. 20. 00:03

너무 보고 싶어서 1시간 전철을 타고 구로까지 가서 본 영화..
영화관엔 10명도 안되는 인원이 앉아 있었다..
정말 좋은 영상에 조금은 아쉬운 플롯..
그리고 많이 아쉬운 음악..
하지만 정말 좋은 영화였다.. 추천하고 싶은 영화였다..
여주인공이 가끔 오사카에 있는 누군가를 연상시켜 빙긋이 웃게 만들었던..

과거에 매달린.. 남자와..
상처를 안고 현재를 살아가는 여자..
난 왜 그 어느 쪽도 공감할 수도 없고.. 비난할 수도 없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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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여길 찾아온 네가 글러먹었어.

사랑? 지랄하고 자빠졌네..

남들이 대신해주는 사랑.. 그게 말이 돼?"

난 아마 연애에 대해 꽤 많은 상처를 가지고 있나 보다..

연애에 관한 것만 보면..

두려움 반.. 그리고 아픔 반..

난 연애할 수 없게 된 게 아닐까?

에반게리온 파 관심/영화 2010. 6. 14. 00:21


에반게리온은 성장만화다..
이번 에반게리온은 특히나 나를 더 자극시키는..
특히나 신지가 아스카의 에바를 격파하는 장면에 쓰인 음악은 거의 압권이었다..
눈물이 막 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