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관심/문화 2010. 3. 7. 14:36
낮고 무거운 하늘이 뚜껑처럼
오랜 권태에 시달려 신음하는 마음을 짓누르고
둥그런 원환을 온통 뭇안은 지평선으로부터
밤보다 더 쓸쓸한 어둔 빛을 쏟을 때

대지는 질퍽한 토굴로 바뀌고
거기서 희망은 박쥐와도 같이
겁먹은 날개로 이벽저벽 후려치며
썩은 천정에 제 머리 부딛치며 사라질 때

빗발이 끝없는 빗줄기를 펼치고
널따란 감옥의 쇠창살을 닮고
창피스런 거미들의 말없는 떨거지가
우리 뇌수 한복판에 그물을 치러 올 때

종들이 난데없이 성이나 펄쩍뛰며
무섭게 울부짖는다 하늘을 향해
악착스리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하는
나라없이 떠도는 망령들처럼

-그리고 북도 음악도 없이 긴 영구차가
느릿느릿 내 영혼 속을 줄지어 간다.
희망은 패배에 울고 지독하고 포악한 고뇌가
이내 숙어진 두개골에 검은 깃발을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