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hought what I’d do was I’d pretend I was one of those deaf-mutes. -호밀밭의 파수꾼 중에서

관계에 의해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는 방법은 관계를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인식하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관계가 단절되었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관계를 인식하지 않는 한 나에게 상처를 주려는 혹은 관계를 단절하려는 모든 시도도 나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단절된 어떤 것은 가끔 나와 같이 이야기하며 같이 지내기도 한다. 허나 나의 세계에서 그 관계는 아예 흔적조차 없는 것이다.
나의 세계는 폐허가 아닌 폐허다. 아무도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 채 사라진다. 더구나 그 과정은 능동적이지도 않다. 결국 나는 스스로 현실에 쫒겨나 나 이외엔 어떠한 것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나만의 세계에 유배되었다.
 분노도 슬픔도 희망도 존재할 수 없다. 단지 혼자라는 고독감 이외에 어떠한 감정도 없다. 마치 양막에 둘러싸여 보호받는 것처럼 나는 현실일 수 없는 현실을 부유한다.
하지만 내가 현실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하여 그 반대는 아니다.
그리고 나 역시 언젠가 이 도피행각이 끝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현실이 나의 세상 안에서 드러날 때마다 공포를 느낀다.